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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어떻게 돈을 벌까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클로드 섀넌 이야기

가끔은 써 두고 발행하지 않은 글을 다시 들춰보게 됩니다.

특별한 뉴스가 없어도, 연초가 되면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천재는 돈을 어떻게 벌었는가, 그리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의 출발점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클로드 섀넌이 있습니다.

디지털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인물로, 20세기 과학사에서 빠질 수 없는 사람입니다.

 

천재는 어떻게 돈을 벌까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클로드 섀넌 이야기

 

디지털을 만든 천재가 돈을 고민한 이유

클로드 섀넌은 21세에 MIT 대학원에서 0과 1, 비트(bit)를 이용한 정보 전달의 수학적 기초를 정리했습니다. 이 논문은 디지털 회로 설계의 근본을 세운, 역사상 최고의 석사 논문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이후 2차 세계대전 중에는 항공기 조준기 개발에 참여하며 실제 전쟁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런 이력이 쌓이면서 섀넌은 아인슈타인, 폰 노이만과 함께 20세기 3대 천재로 불리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인물이 어느 순간 주식 투자와 자산 배분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입니다.

그의 질문은 단순했습니다.


현금과 주식을 어떤 비율로 가져가야 수익이 극대화되는가였습니다.

 

섀넌이 제시한 포트폴리오의 핵심

섀넌은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을 동시에 보유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포트폴리오를 되돌려 맞추는 방식, 즉 리밸런싱이 가장 합리적인 운용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이론은 이후 평균 복원(mean reversion) 개념과 결합되며, 흔히 섀넌의 도깨비라고 불리게 됩니다. 구조는 단순합니다.

자산의 절반은 주식, 절반은 현금으로 보유합니다.


주가가 오르거나 내리면, 일정 주기로 다시 5 대 5 비율로 맞춥니다.

 

겉으로 보면 장난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안에는 산술평균과 기하평균의 차이라는 중요한 원리가 작동합니다. 장기 투자에서 복리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산술 평균이 아니라 기하 평균이 최대가 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정확히 짚은 것입니다.

 

이 방식은 “시장은 랜덤하게 움직이므로 장기적으로 시장 평균을 이길 수 없다”는 효율적 시장 가설에 대한 하나의 반론이기도 했습니다. 타이밍을 맞추려 애쓰기보다, 자산 배분 자체가 수익률을 좌우한다는 관점을 제시한 셈입니다.

그런데 섀넌은 자기 이론을 쓰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섀넌은 실제 투자에서는 자신의 이론을 그대로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리밸런싱 전략 대신, 극도로 보수적인 장기 보유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그가 고른 기업은 단 세 곳이었습니다.
텔레다인
모토로라
휴렛팩커드

 

이 세 종목을 매수한 뒤, 무려 25년간 보유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텔레다인은 약 350배, 모토로라는 약 80배, 휴렛팩커드는 3,500배에 가까운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섀넌이 기업을 고르는 기준은 명확했습니다.


최근 주가 변동이 아니라, 수년간의 수익 변화와 경영진, 그리고 제품에 대한 미래 수요였습니다. 이 점에서는 오늘날 워런 버핏의 매수 후 보유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연초에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

이 이야기를 굳이 연초에 다시 꺼내는 이유가 있습니다. 기관투자자나 펀드매니저들은 연말에 수익을 확정하고, 연초에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작년에 많이 오른 종목들이 비중 조절을 이유로 매도되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1월 중순까지는, 실적과 무관하게 전년도 강세 종목이 일시적으로 눌리는 구간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것이 반드시 매수 기회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최소한 이유 없는 하락으로 오해할 필요는 없다는 점은 참고할 만합니다.

섀넌의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리밸런싱이든, 장기 보유든, 핵심은 잦은 매매가 아니라 구조와 인내입니다. 개인 투자자에게는 복잡한 전략보다, 괜찮은 자산을 고르고 오래 가져가는 방식이 오히려 더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물론, 시장 환경에 따라 쉽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천재의 방식은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원칙은 끝까지 지켰습니다. 그 점이 시간이 지나 수익으로 증명됐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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