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왜 미국은 이를 방관했을까
희토류(Rare Earth Elements).
지구에 흔하지만, 정제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인프라가 극도로 제한적이라 ‘21세기의 석유’로 불릴 정도입니다.
오늘날 전기차 모터, 스마트폰, 풍력 터빈, 군사용 레이더 등 거의 모든 전략 산업에 쓰이는 핵심 소재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 희토류 시장의 90% 이상을 중국이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제 세계는 이 질문 앞에 서게 됩니다.
중국은 어떻게 이 거대한 산업을 장악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미국은 왜 이를 제때 경계하지 못했을까?
지금부터 그 배경과 전략, 그리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포인트들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1990년대, 중국의 “장기전”이 시작되다
오늘날 중국의 희토류 지배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이 아닙니다.
그 시작은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만 해도 미국은 캘리포니아의 마운틴 패스 광산 덕분에 세계 최대의 희토류 생산국이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풍부한 희토류 자원을 확보하고 있었고, 이를 국가 전략 자산으로 규정하며 치밀한 ‘장기 전략’을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덩샤오핑이 말했지요.
"중동에는 석유가 있고,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
중국 정부는 1991년부터 외국 기업의 광산 접근을 법적으로 차단하고, 국영 기업에 집중적인 자금 지원을 시작합니다.
국내 희토류 기업들을 수백 개에서 소수의 대형 기업으로 통합하며 가격 주도권까지 확보하게 되지요.
이렇게 중국은 “채굴 – 정제 – 부품 가공 – 자석 제조”로 이어지는 희토류 전 밸류체인을 하나하나 내재화합니다.
이것이 결국 미국과 서방 기업들이 수십 년 후 겪게 될 희토류 공급 불안정의 씨앗이 됩니다.
미국은 왜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
놀랍게도, 이 모든 과정에서 미국은 크게 경계하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 후반, 제너럴 모터스가 보유한 자석 기술 기업 ‘마그네퀀치’를 중국 국영 기업들이 인수합니다.
미국 정부는 이를 승인했고, 이후 핵심 장비와 기술 인력이 중국 톈진으로 옮겨갑니다.
결국 인디애나에 있던 본사는 폐쇄되고, 중국은 미국의 기술과 설비를 그대로 가져가 자국 희토류 산업을 고도화하는 데 활용합니다.
2000년대 중반, 미국의 희토류 광산은 사실상 모두 문을 닫습니다.
중국은 이 시기를 틈타 수출세를 부과하고, 서방 기업의 생산 비용을 높이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장악합니다.
희토류를 쓰는 자동차 부품사, 첨단 전자기기 제조사 등은 비용 절감을 위해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게 됩니다.
사실상 기술과 수요를 모두 흡수한 셈이지요.
미국은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12년에서야 WTO에 중국을 제소했고, 판결에서 이기기는 했지만 이미 늦은 대응이었습니다.
이 시기 미국의 유일한 광산 기업 몰리코프는 다시 파산했고, 미국은 또다시 자립에 실패하게 됩니다.
지금의 중국은 ‘공급자’이자 ‘조율자’다
지금의 중국은 단순히 희토류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전 세계 희토류 정제·가공 능력의 90% 이상을 차지하면서, 사실상 ‘시장 조절자’로서의 지위를 갖게 되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제 단순한 채굴을 넘어서,
해외 기업이 자국 희토류를 활용해 만든 제품까지 수출 규제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희토류는 무역 협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략 무기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죠.
2025년 현재, 중국은 공급을 조였다가 푸는 방식으로 서방 산업의 핵심 밸류체인을 간접 통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반격은 성공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기술 전쟁이 격화된 이후,
미국은 희토류 산업 자립을 위한 반격에 나섰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MP 머티리얼즈와 호주의 리나스 프로젝트입니다.
정부는 정제 공장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저가 중국산 광물 유입을 막기 위해 가격 하한선을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리나스의 텍사스 공장은 아직 착공조차 되지 않았고, 일부 민간 기업의 자석 공장 프로젝트는 계속 연기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희토류 가공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력이 너무 앞서 있어 아직까지 미국이 주도권을 되찾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2025년 여름, 미국 재무부의 스콧 베센트 장관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20년, 25년 동안 우리는 경계하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잠자고 있었습니다.”
그 말이 모든 걸 설명해줍니다.
마치며
중국이 희토류 산업을 장악하게 된 건
막대한 자원 때문만이 아닙니다.
전략, 일관된 국가 정책, 그리고 장기적인 안목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반면, 미국은 산업의 중요성을 늦게 인식했고, 민간 중심의 분산된 정책 속에서 기회를 놓쳤습니다.
오늘날 AI, 전기차, 방위산업, 재생에너지 등 모든 전략산업의 원재료가 되는 희토류,
그 공급권을 누가 갖느냐는 곧 미래 기술 주권을 누가 쥐느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 싸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중요한 질문이 남습니다.
우리는 이 싸움에서,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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