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시장의 거대한 파도가 다시 밀려오는 신호일까요
투자 시장에 몸담고 있다 보면, 가끔은 도저히 믿기 힘든 숫자들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목격하곤 합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를 넘네 마네 하며 설왕설래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금 가격 5,000달러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은 가격 또한 11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며, 저는 지금 우리가 거대한 변곡점 위에 서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귀금속 가격이 조금 오른 수준이 아닙니다. 이것은 세계 경제의 판이 다시 한번 뒤집히고 있다는 강력한 시그널입니다.

많은 분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의 원자재 폭등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때는 원유와 천연가스 같은 에너지가 시장을 뒤흔들었지요. 하지만 이번 파도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블룸버그 상품 지수(BCI)가 2022년 2월 이후 가장 강력한 주간 상승률을 기록하며 S&P 500 지수마저 앞질렀지만, 그 주인공은 석유가 아닌 금과 은, 그리고 구리입니다. 과거의 슈퍼사이클이 '공급 충격'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번 슈퍼사이클은 '구조적 변화'와 '첨단 기술의 수요'가 맞물린 훨씬 더 복잡하고 거대한 흐름입니다.
왜 금과 은이 이번 상승장의 주인공이 되었을까요
보통 원자재 슈퍼사이클이라고 하면 원유를 가장 먼저 떠올리시겠지만, 이번에는 귀금속이 대장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은 가격은 무려 260%, 금 가격은 85%나 폭등했습니다. 1980년 이후 최고의 수익률이라니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여기에는 두 가지 큰 흐름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금의 경우, 미국 달러의 약세와 끊이지 않는 지정학적 긴장, 그리고 연준의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을 안전 자산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역사가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과거 네 번의 금 상승 사이클을 복기해보면 평균적으로 43개월 동안 300% 가까이 올랐습니다. 이를 대입해 보면 올봄에 금값 6,000달러 도달도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반면 은의 상승세는 조금 더 드라마틱합니다. 은은 귀금속이면서 동시에 산업재라는 독특한 지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의 폭등은 역사적인 숏 스퀴즈(Short Squeeze) 현상과 개인 투자자들의 강력한 매수세가 맞물린 결과입니다.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 예상하고 공매도를 쳤던 세력들이, 가격이 오르자 황급히 다시 사들이면서 가격이 더 치솟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지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260%라는 상승률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진짜 이유는 바로 실물 경제, 특히 태양광 패널과 전력 인프라 확충에 따른 산업적 수요가 폭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광산에서 캐내는 은의 양은 한정되어 있는데, 쓰겠다는 곳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AI와 은, 구리는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요
제가 이번 상승장을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인공지능(AI) 때문입니다. 많은 분이 AI를 단순히 소프트웨어나 코드로만 생각하시지만, 그 코드를 돌리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물리적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22V 리서치의 조르디 비서가 지적했듯, AI 시스템은 추상적인 에너지가 아니라 극도로 정밀하고 안정적인 전기를 먹고 삽니다. 그리고 그 전기를 전달하고, AI 반도체를 구동하는 데 있어 은과 구리는 대체 불가능한 필수 소재입니다.
소프트웨어는 복제가 쉽고 가격이 저렴해질 수 있지만, 실물 자원인 은과 구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언급한 85조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구축 기회는 결국 구리와 은의 수요 폭발을 의미합니다. 전기는 물리적 세계에서 디지털 세계의 메모리와 같은 역할을 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전도성이 뛰어난 은과 구리입니다. 현재 기술 발전 속도를 볼 때, 이 핵심 광물들의 공급 부족 현상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2040년대까지 지속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AI가 발전하면 할수록 은과 구리의 가치는 귀금속을 넘어선 '첨단 기술의 혈액'으로서 재평가받게 될 것입니다.
천연가스와 구리 가격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을까요
금과 은이 화려한 조명을 받는 사이, 천연가스와 구리 또한 묵묵히 제 몫을 다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헨리 허브 천연가스 가격이 일주일 만에 70% 가까이 폭등한 것은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이라는 날씨 변수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를 단순한 기상 이변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극한의 기후가 빈번해질수록 냉난방 수요는 예측 불가능하게 튀어 오를 것이고, 이는 에너지 인프라에 지속적인 부하를 줍니다. 기후 변화 자체가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을 키우는 상수가 된 셈입니다.
구리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면서도 흥미롭습니다. 지난 6개월간 40%나 올랐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이제 막 시작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앞서 말씀드린 AI 데이터 센터뿐만 아니라, 전기차, 신재생 에너지 그리드 구축 등 구리가 안 들어가는 곳이 없습니다. 번스타인의 전망처럼 구리 부족 현상이 10년 이상 지속된다면, 우리는 장기적인 원자재 강세장의 초입에 서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풍요로운 디지털 기술과 희소한 물리적 자원이 충돌하는 이 지점에서, 원자재 시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랫동안 뜨거운 감자가 될 것입니다.
지금의 시장은 분명 과열의 징후도 보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깔린 구조적인 변화, 즉 화폐 가치의 하락과 기술 혁명에 따른 실물 자산의 재평가라는 큰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포트폴리오에 금이나 은, 혹은 구리와 같은 원자재 관련 자산이 전혀 없다면, 이제는 조금 진지하게 고민해 보셔야 할 시점입니다. 자산 시장의 순환은 늘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고 먼저 달려 나가기 때문입니다.
원자재 슈퍼사이클, 금값 전망, 은값 폭등, 숏 스퀴즈, 구리 가격 전망, AI 관련주, 천연가스, 인플레이션 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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