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투자 생각/주식 생각

버핏의 마지막 승부수, 3500억 달러와 그렉 아벨

투자의 세계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고들 하지만,

우리는 은연중에 워런 버핏이라는 거인은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 믿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최근 CNBC를 통해 공개된 인터뷰는 이제 '오마하의 현인'이 자신의 시대를 마무리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를 완벽하게 마쳤음을 세상에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았습니다.

 

버핏의 마지막 승부수, 3500억 달러와 그렉 아벨

 

많은 분들이 버크셔 해서웨이의 미래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계실 겁니다.

버핏이 없는 버크셔가 과연 지금처럼 위대한 기업으로 남을 수 있을지, 그 막대한 현금은 어떻게 될지 말이죠. 오늘 포스팅에서는 최근 공개된 버핏의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그가 설계한 버크셔의 미래와 후계자 그렉 아벨, 그리고 3,500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의 향방을 아주 밀도 있게 분석해 드리겠습니다.

단순한 인터뷰 요약이 아니라, 행간에 숨겨진 버핏의 의도를 읽어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워런 버핏은 왜 하필 지금 은퇴를 결심했나

세월의 무게와 준비된 후계자라는 완벽한 타이밍

버핏은 오랫동안 나이라는 숫자를 무색하게 만드는 정정함을 과시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에서 그는 매우 솔직하게 자신의 노화를 인정했습니다. "균형 감각이 떨어지고 목소리가 변하기 시작했다"는 그의 고백은, 천하의 버핏이라 할지라도 흐르는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인간임을 보여줍니다. 95세가 될 때까지 노화를 느끼지 못하는 극소수의 사람들도 있지만, 버핏은 자신이 예전처럼 모든 업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없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한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떠밀리듯 하는 은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버핏은 지금이 물러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후계자 그렉 아벨(Greg Abel)의 존재 때문입니다. 버핏은 아벨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수 있고, 심지어 나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후계자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퇴진은 위기지만, 완벽한 대안이 마련된 상태에서의 퇴진은 아름다운 승계입니다.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한 순간부터 영원히 경영할 생각은 없었으며, 지금의 전환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음에 만족감을 표했습니다.

후계자 그렉 아벨, 주식 포트폴리오도 잘 다룰까

사업을 이해하는 자가 투자의 본질도 꿰뚫는다

시장의 가장 큰 우려는 그렉 아벨이 비금융 사업 부문(에너지, 유틸리티 등)에서는 탁월한 성과를 보였지만, 과연 버핏처럼 '주식 투자'에서도 천재적인 감각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차기 투자 책임자로 거론되던 토드 콤스와 테드 웨슐러 중 토드 콤스가 최근 JP모건으로 자리를 옮긴 상황이라, 아벨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하지만 버핏은 이러한 우려를 일축했습니다. 그의 논리는 명쾌합니다. "사업을 이해한다면 주식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버핏의 투자 철학 핵심은 주식을 종이가 아닌 '기업의 소유권'으로 보는 데 있습니다. 아벨은 수십 년간 거대 기업을 직접 경영하며 산업의 생리와 기업의 가치를 파악하는 훈련이 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버핏은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데 복잡한 수학 공식이나 그리스 문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오히려 현장에서 사업을 운영해 본 경험이 올바른 자산 배분을 하는 데 훨씬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것이죠. 이는 버크셔의 주주들에게 아벨이 단순한 관리자가 아니라, 자본 배분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진정한 경영자임을 확신시키는 대목입니다.

 

역대급 현금 3500억 달러, 도대체 언제 쓸 것인가

현금은 산소와 같지만 투자를 위한 실탄일 뿐

현재 버크셔 해서웨이는 무려 3,540억 달러(약 470조 원)라는 천문학적인 현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버핏이 시장의 붕괴를 예견하고 현금을 쌓아두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버핏의 답변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살 만한 물건이 없어서"입니다.

버핏은 현금을 '산소'에 비유했습니다. 없으면 죽기 때문에 반드시 일정 수준을 보유해야 하지만, 과도하게 많이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매력적인 가격의 기업이 나타난다면 1,000억 달러를 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재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고, 버크셔의 자산 규모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만한 '코끼리' 같은 기업을 찾지 못했을 뿐입니다. 이는 버핏이 은퇴를 앞두고 무리하게 투자를 감행하여 성과를 내기보다는, 끝까지 안전마진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주주들은 이 막대한 현금이 언젠가 시장이 요동칠 때 버크셔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킬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임을 믿고 기다려야 합니다.

 

버핏 없는 버크셔, 과연 예전처럼 빠를 수 있을까

이사회의 전폭적 지지와 그렉 아벨의 전결 권한

버크셔 해서웨이의 가장 큰 경쟁력 중 하나는 '속도'였습니다. 기업 오너가 매각 의사를 타진하면, 버핏은 앉은 자리에서 몇 분 만에 인수 여부를 결정하곤 했습니다. 복잡한 실사나 이사회의 지루한 승인 절차 없이, 버핏의 "OK" 한마디면 수조 원의 자금이 집행되는 구조였죠. 이것이 바로 전설적인 '버크셔의 악수'입니다.

 

사람들은 버핏이 떠난 후, 버크셔가 일반적인 대기업처럼 관료주의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버핏은 이사회와 합의하여 그렉 아벨에게도 자신과 거의 동등한 수준의 신속한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했음을 시사했습니다

. 이사회의 승인 없이도 대규모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는 재량권을 준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아벨을 믿는 것을 넘어, 버크셔 특유의 기민한 자본 배분 문화를 시스템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스티브 버크 같은 이사들이 아벨의 결정을 뒤집거나 지연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향후 버크셔가 M&A 시장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구매자로 남을 수 있게 하는 핵심 요인입니다.

 

100년 뒤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어떤 모습일까

변화는 필연적이나 자본은 기회가 있는 곳으로 흐른다

버핏은 자신이 떠난 뒤에도 버크셔의 문화와 원칙은 유지될 것이라 확신하지만, 동시에 기업이 정체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버크셔는 계속 변화할 것이고, 일부 사업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그의 말은 냉철한 현실 인식을 보여줍니다.

 

시대가 변하면 산업의 흥망성쇠도 달라집니다. 50년, 100년 뒤에는 지금 버크셔의 주력 사업 중 일부가 도태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버핏은 걱정하지 않습니다. 버크셔의 본질은 특정 산업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기회가 있는 곳에 자본을 배분하는 능력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버핏은 아벨이 자신보다 현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을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과거의 섬유 회사가 보험과 에너지 제국으로 변모했듯이, 미래의 버크셔는 또 다른 형태의 사업들을 포트폴리오에 담으며 진화해 나갈 것입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워런 버핏이라는 전설이 어떻게 자신의 유산을 정리하고 있는지 목격했습니다. 그는 단순히 회사를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철학이 시스템 안에서 작동하도록 설계했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이제 '버핏의 회사'에서 '버핏의 정신이 깃든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로서 우리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차분히 지켜보며, 그렉 아벨이 이끄는 새로운 항해에 동승할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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