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정체장이 남긴 신호
대출규제가 이어지면서 시장이 한동안 정체했습니다. 작년 11월만 해도 2025년은 상저하고, 혹은 상저하저라는 전망이 쏟아졌지요. 그런데 일부 리포트에서는 오히려 2025년 상반기에 상승세가 강해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규제가 있어도 수요가 시장을 떠나지 않았고, 외부에서 시장을 꺾어버릴 만한 큰 변수도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새해가 되면 정책은 결국 조정되고, 대출규제도 강도나 방식이 바뀌며 숨통이 열릴 수 있다는 가정이 깔려 있었습니다.
그 전망은 계엄과 탄핵이라는 정치적 충격이 불거진 뒤에도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정치 뉴스는 크게 흔들렸지만, 체감상 시장에서 수요 이탈 신호가 뚜렷하게 잡히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었지요. 2024년 12월 3주차에는 정치 일정상 2025년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더 터프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고, 2025년 1월 2주차에도 과거 대출규제의 작동 방식을 다시 뜯어보며 상반기 강세장 의견을 이어갔습니다.
2026년 강세 전망이 쏟아지는 이유
그렇다면 2026년은 어떨까요. 주택산업연구원을 비롯해 여러 언론과 분석기관에서 2026년을 강세장으로 보는 의견이 계속 나옵니다. 시장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결국 공급부족입니다. 여기에 돈 가치가 떨어지는 구간에서는 현금보다 자산을 택하려는 심리가 강해지고, 정부 지출과 유동성 흐름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상승 요인으로 붙습니다.

현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보입니다. 대출이 모든 걸 해결해주던 시기는 끝났지만, 대출규제는 상승을 완전히 꺾기보다는 수요를 아래로 이동시키면서 상승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작동할 때가 많습니다. 쉽게 말해 갭 메우기 장세지요. 서울 거래를 보면 아직 실거래가 전부 반영되진 않았어도, 3중 규제 속에서도 11월과 12월 거래가 생각보다 버티는 구간이 있습니다. 거래량 상위가 송파를 제외하면 비강남 위주로 형성되고, 가격대도 6억 대출 한도가 적용되는 15억 이하 구간이 상대적으로 강합니다. 이 정도만 놓고 보면, 2026년은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시장의 기본 그림이 밝아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2026년이 쉽게 그려지지 않는 지점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여기서 한 번 더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강세장이라고 진단하기엔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남습니다. 특히 지난 몇 달 동안 계속 돌출되는 AI 버블 논쟁, 그리고 미국 쪽 사모펀드 대출 이슈 같은 외부 변수는 발생확률이 낮더라도 “만에 하나”를 대비할 가치가 있습니다.
부동산은 늘 내부 요인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요즘은 글로벌 자금시장의 큰 흐름이 개별 국가, 그 안의 자산시장까지 번져 들어오는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2026년에 조심해야 할 테일리스크
여기서 말하는 테일리스크는 발생확률은 높지 않지만, 한 번 터지면 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위험을 뜻합니다. 2008년 서브프라임,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처음엔 테일리스크로 보였다가 현실 리스크로 바뀐 사례지요.
최근 11월 말 발표된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에서도 가장 큰 테일리스크로 AI 버블을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고, 그 비중이 가을에서 겨울로 갈수록 더 높아졌다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동시에 시장에서는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 대출이 쏠린 사모펀드·프라이빗크레딧 리스크도 자주 거론됩니다.
둘 다 공통점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잘 안 보이는데, 한 번 균열이 나면 유동성을 급격히 얼려버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환율을 떠올리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과거 원달러, 원엔 환율이 급등하던 시기에는 서울 아파트 시황이 좋지 못했던 기억이 있으니까요. 다만 그때는 위기 상황에서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돈이 약한 곳에서 빠져나가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고, 그 과정에서 환율 급등과 자산가격 하락이 동시에 나타났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지금 환율이 부담스러운 수준인 건 맞지만, 그 자체가 “잠복한 테일리스크”라기보다는 이미 드러난 변수에 가깝습니다. 변수는 변수대로 보되, 테일리스크는 따로 챙겨봐야 합니다.
만약 터진다면 시장은 어떻게 흔들릴까
테일리스크가 실제 위기로 바뀌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건 실질 유동성의 위축입니다. 정부 예산이나 M2 같은 숫자보다, 시장에서 진짜로 돈이 도는 속도가 느려지는 쪽이 먼저 체감됩니다. 2022년 가을 레고랜드 사태 전후를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해외 자금시장 흔들림이 국내로 번지며 단기자금시장이 경색되고, 회사채 거래가 어려워지고, 채권금리가 뛰면서 아파트 급매가 늘고, 심지어 중고차시장까지 흔들렸습니다. 자산시장이라는 게 결국 한 몸처럼 움직일 때가 있습니다.
만약 2026년에 AI 버블이 어떤 계기로 터진다면, 부동산시장은 과거 닷컴 시기처럼 4에서 6개월 정도 정체를 겪고 다시 회복하는 그림을 상정해볼 수 있습니다. 이때 가장 먼저 흔들리는 건 투자 성격이 강한 자산입니다. 재건축, 분양권, 일부 재개발처럼 유동성에 민감한 상품부터 호가가 꺾이거나 급매가 나올 수 있습니다. 반면 일반 주택시장은 상승이 멈추고 거래가 줄어드는 정도로 버티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주택시장이 스스로 버블의 주인공이 되지 않는 한, 주식시장만큼 깊게 흔들리지는 않는다는 경험칙이 있지요.

그리고 중요한 건 금리입니다. 금융시스템에 충격이 오거나 버블이 터지면, 미국 연준은 과거처럼 금리를 빠르고 연속적으로 내릴 가능성이 큽니다. 금리 전망은 늘 빗나갈 수 있습니다. 다만 “위기 때 연준은 결국 금리로 대응한다”는 큰 방향만은 비교적 일관됐습니다. 금리가 내려가기 시작하면, 공급부족 이슈는 잠시 빛이 바래더라도 시장이 회복 국면으로 들어가는 순간 다시 전면에 등장합니다. 이때 전세가 힘을 쓰면서 회복 속도를 가속시키는 장면도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강세장을 보되 대응은 보수적으로 가져가는 법
리스크 충격이 닷컴급이라면 대응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첫째,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투자가치가 중심인 상품부터 흔들립니다. 재건축 보유자라면 심리가 흔들릴 수 있는데, 이럴수록 감정이 아니라 금리와 유동성의 방향을 먼저 체크하는 게 안전합니다. 둘째, 매수자 입장에서는 공포가 커질수록 오히려 기회가 생깁니다. 시장에서 도망칠 때가 아니라, 가격이 아니라 조건이 무너지는 구간을 기다리며 선별 매수를 준비할 때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가능하다면 현금 비중을 조금이라도 확보해두는 게 좋습니다. 기회가 올 때 선택권을 주는 건 결국 현금입니다.
2026년 부동산시장은 기본적으로 강세를 예상하되, 테일리스크가 위기로 바뀌는 시나리오도 함께 넣어두는 편이 낫습니다. 위기는 늘 잠수함처럼 조용히 접근했다가 어느 순간 수면 위로 올라옵니다. 그때 당황하지 않으려면, 지금처럼 전망이 장밋빛일 때 오히려 한 번 더 점검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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